KAIST 논문표절사건 - 왜 또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 Posted at 2008/03/01 13:14
- Filed under 이런일이
- 한겨레: 김태국 카이스트 교수 사이언스 논문 중대결함
- 중앙일보: KAIST 교수가 논문 조작 국제 학술지에 발표 파문
이게 왠말인가... 황우석 교수 논문조작 사건 이후 안그래도 실추되어 있던 한국 학계의 정직성이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아닌가. 주위에 후배들 얘기들어보면 국제 저널 등에서는 한국 논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한다. (특히 바이오분야) 이제 다시 신뢰를 다져가야 하는 시점에서 쐐기를 박아버리는 듯한 사건이다. 안타깝다~ 특히 내가 공부했던 모교에서 터진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왜,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까? 이번과 같이 국제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논문표절에 대한 사건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우리나라는 통째로 성공지상주의에 빠져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을 보라.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것인가라는 책들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 이상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나 행복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냐 아니냐가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젊은 교수입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더 늦기전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게다. 하지만 내맘대로 안되는 것이 학문이다. 그러니 그런 부정직한 방법이라도 써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마 들키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가슴 졸이고 불안했겠는가? 그 불안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했을 터인데 명예를 얻는다한들 무슨 행복이 있겠는가?
둘째, 부정직함에 대한 무신경함이다.
신정아 사건으로 촉발된 유명 인사들의 학력 위조 사건들,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 공직자들의 논문 표절 사건들... 황우석 교수 사건이나 이번 사건에 비하면 귀엽게 봐 줄 수 있는 정도 아니냐 할 수 있겠지만 난 그 반대로 생각한다. 몇몇 큰 도둑은 문제가 안된다. 어느 사회나 그런 도둑은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좀도둑이라면 그 땐 문제가 심각해진다. 왜냐면 도둑질이 더 이상 문제거리가 안되니까. 도둑질에 대해 무신경해 지는거다. 이미 우리 사회는 부정직함에 대해 무신경해 진건 아닐까? 몇 줄 가져다 붙이는건데 그게 뭐 크게 문제냐, 실험적인 오차도 있을건데 데이터 약간 바꾸는게 큰 대수냐, 세상 사는게 다 그런거 아냐, 우리가 너무도 쉽게 말하고 생각하는게 결국 이런 큰 사건을 불러오게된 환경을 만들어 주진 않았을까? 나 스스로부터 정직함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볼 때다.
세째, 창작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
창작은 정직하고 자기 스스로에게 떳떳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창작이라 하면 안된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듯이 다른 소스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들의 창작에 대한 예우를 갖춰줘야 한다. DIY(Do It Yourself)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창작에 대한 올바른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부정적인 면 외에 몇몇 희망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우선 KAIST의 정직함과 위기관리 능력이다. (김호님의 글 추천) 쉬쉬하고 넘어가고 싶은 유혹도 있었을건데 정직하고 빠르게 사건을 처리했다. 그래서 해당 교수의 부정이 KAIST 전체의 부정과 불신으로 번지는 것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지 않았나 싶다. 현대 사회는 숨긴다고 숨겨지는 세상이 아니다. 오히려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사람들은 그 진정성에 대해 이해와 용서를 하게 된다.
또 하나는 처음으로 문제를 제기한 학생의 용기다. 나도 대학원 생활을 해 봐서 아는데 자기 지도 교수의 오점을 밝힌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회사의 내부고발도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겠지만 지도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선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큼의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그 학생이 어떤 불이익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실험실, 더 나아가 KAIST가 어떤 피해를 본다하더라도 그 학생에 대해 원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오히려 그 용기에 대해 박수 쳐야 한다. 우리가 감히 못하는 일을 그 학생이 한 것이고 우리 사회가 진보하고 있는걸 보여준 증거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한재선
- Tag
- kaist, 논문조작
- Response
- 1 Trackback , 9 Comments

